구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9월부터 매달 여러분의 메일함에 찾아갈 월간 소전서림입니다. 그달의 주제와 연관된 문학과 예술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러모아 전합니다. 9월의 주제는 바로, '서재'입니다.
소전서림의 월간 레터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요. 소전서림이 만나고, 이곳에 발자국을 남겼던 사람들의 짧은 이야기를 담은 PEOPLE.
'BOOK by __' 코너는 L(Littérature)과 A(Art)의 문학 에세이&아트 토크가 격월로 수록됩니다.
소전서림이 보유한 도서에 대한 사서들의 코멘트와 즐거운 제안이 담긴 CURATOR'S DESK도 눈여겨 봐주세요.
SPACE 에서는 소전 리포터가 국내/외 타 도시의 책과 관련된 공간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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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엘르'의 서재
소전서림의 ‘문학’ 북클럽 지기인 ‘마담엘르(Madame L)’의 서재를 엿봅니다.
📖 마담엘르에게 ‘서재’란?
내게 서재란, 내 개인의 ‘역사’이자, ‘휴식’의 공간이다. 마치 인큐베이터 안에서 재생을 하듯, 서재에서 빈둥거리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새로운 생각, 잊고 있었던 중요한 ‘나’를 찾기도 한다. 내겐 프루스트의 마들렌이 나의 책들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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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담엘르 서재의 시작은?
<김현 문학전집>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사주신 전집들 말고, 내 의지로 모은 첫 전집이다. 과정은 좀 미묘하다. 돈이 없는 학생이라 그때그때 한 권씩 사 모았는데 빨리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누가 내게 선물을 줘야 할 일이 생기면, 필요한 전집의 권수를 지정해 줬다. 그래서 지금도 책의 앞장에 보면 선물을 해준 서로 다른 이들의 메모가 있다. 물론, 실연당하고 판 반지로 산 것들도 있는데 그 때 나의 메모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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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담엘르'의 네 가지 단어 서재!
耽하다. 酒
맑은 정신을 사랑하지만, 취해 풀어진 정신을 더 사랑한다. 『술 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한유석)은 진실에 가까우니까. 때론 그 진실이 날카로운 칼이어도.
美친다. 音
음악회에 갈 때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특히 발코니 석에 앉을 때는. 극한의 아름다움의 순간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을 꿈꾸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열광에 기인한 자살(Le Suicide par enthousiasme)』(헥토르 베를리오즈)과 같은 제목이 나오는 이유가 아닐까. 오르페우스의 현이 신의 마음을 돌렸듯 음악이 ‘지극한 아름다움(Non Plus Ultra)’의 형태에 가장 가깝다고 믿는다.
生하다. 山
『아무튼, 산』(장보영)을 읽으며, 가슴이 두근대던 열정 등산가다. 튼튼한 몸에 튼튼한 마음이 깃든다고 믿는다. 산을 보면, 심장이 뛰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모아서 산에 가고픈 게 소원이다. 마지막으로 장바구니에 담은 책은 『산문기행』(심경호)이다.
活하다. 詩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그들의 생각, 그리고 또 다시 그들의 감정과 감정이 만나는 일이다. 이 감정 간의 간극에는 물리적 신체가 맞닿는 즉, 그 직선적 부딪침으로는 가닿을 수 없는 숨겨진 세계들이 존재한다. 그 세계에 가닿는 것은 詩의 언어를 통해서만 간혹, 가능하다. 그래서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다. (「20년 후에, 芝에게」 중,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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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서림의 예담은 아티스트 작품 도록과 예술 서적이 모여있는 공간입니다. 도서관을 만들어가는 이들 중, 예술에 관심이 많은 H와 K가 '서재'라는 키워드를 두고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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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 Whiteread Ann Gallagher, DelMonico Books.Prestel, 2017 |
Untitled (Book Corridors), 1997 Book Corridors (Vertical), 19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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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레이첼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는 90년대 초반 집의 빈 공간을 한 덩어리로 떠낸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은 영국 작가입니다. 작가는 비어 있는 ‘음의 공간(negative space)’을 캐스팅*(주물)해서 ‘비어 있음’이 존재의 한 형태임을 보여주죠. 그녀는 많은 빈 공간을 여러 가지 재료로 캐스팅했어요. 침대나 욕조, 의자의 네 개 다리 사이, 골판지 상자, 계단참… 그중에서도 오늘 얘기하고 싶은 작품은 <Library>, <Book Corridor>, 때로는 <Paperback>이라 불리는 일종의 거꾸로 된 서가예요. 책이 꽂힌 선반을 석고로 주조해서 책과 책 사이, 책과 선반 사이의 빈 공간이 그대로 묵직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죠. 열어볼 책이 있어야 할 자리는 허공이 되어버렸지만 각기 높이와 두께, 표지의 색깔이 다른 책들의 흔적은 한 덩어리가 되어 남아 있어요.
K
그러니까 채워져 있는 책장이 아닌, 비어 있는 책장을 주조한 것. 결국 빈 자리에 주목한 작품인 거죠?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이란 책이 같이 떠오르네요. 약 3만 권의 장서를 가진 작가가 책을 꽂고 보관하는 기준과 괴로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책인데요. 꽉 채워진 책장 만큼 빈 책장도 소중한 것 같아요. 비워야 할 괴로움보다는 채워갈 설렘이 전 더 좋아요.
H
그렇다면 ‘채움’과 ‘비움’은 서로의 미래형인 걸까요? 흔히들 ‘지식’을 채운다고 말하는데, 지식이나 지혜의 습득은 반복되는 ‘채움’과 ‘비움’을 통해 몸에 새겨지는 지층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화이트리드가 만든 '음의 공간'에는 사회적, 역사적, 때로는 심리적 맥락의 ‘기억’이 존재해요. 화이트리드는 사라져버린 존재의 '없음'으로 '있음'을 증명하려고 했죠. ‘비어 있다’는 단어가 ‘있다’라는 동사로 이루어진 것처럼요. 이제 이런 상상을 해봐요. 두 손을 동그랗게 모아 하나의 닫힌 공간을 만들어요. 손바닥 안쪽의 빈 공간을 주조한다면 지금 그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당신은 그 안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나요?
K
‘비어 있다’는 단어가 ‘있다’라는 동사로 이루어졌다는 말이 흥미로워요. 손바닥 안쪽을 제게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지 물으셨는데, 이미 비어 '있으니', ‘있다’고 생각해요. 손으로 무언가를 움켜쥔다면 결국 힘이 들테니 비어 '있는' 채로 그냥 둘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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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서재, 니나 프루덴버거 저, 노유연 역, 한길사
작가의 책상, 질 크레멘츠 저, 박현찬 역, 위즈덤하우스
<큐레이터의 책상>이라는 코너 제목과 ‘서재’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어쩌면 책상은 가장 작은 서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책상』은 흑백사진과 짧은 글로 작가의 책상을 보여준다. 솔 벨로우는 “내 생각에 예술은 혼돈의 한가운데에서 고요를 성취하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썼다. 『예술가의 서재』는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빅 뮤니츠는 “서재는 우리가 모든 것과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고요를 성취하기.
모든 것과 마주하기.
내가 서재에 기대하는 것은 이게 전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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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의 공간에서 무라카미를 읽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아카이브는 텍사스대학에 100만 달러에 팔렸고, 레이먼드 카버의 원고는 오하이오대학이 사들였습니다. 작가 입장에선 편한 방법이지만, 단지 ‘아카이브가 있다’가 아니라 반복해서 올 수 있는 장소가 되길 원했습니다”
-21년 11월 ‘뉴욕타임스 스타일 매거진 일본판 ’ 하루키 인터뷰 중
도쿄 신주쿠구 와세다대학 캠퍼스 끄트머리,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와세다 국제문학관)에 들어서면 ‘터널’ 앞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인상적 후크로 시작하는 그의 작품만큼 강렬한 프롤로그다. 1층과 B1을 연결하는 계단에 아치형 목조 프레임을 얹은 것인데, ‘무라카미 월드’로 뛰어들 준비를 하라는 신호처럼 읽힌다.
“터널 같은 것을 건물 안에 만들고 싶었다.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알 수 없는 틈새의 세계, 이것이 하루키 문학의 특징이라고 생각 한다… 그의 책을 펼치면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공간 이동하는 느낌이 든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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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개관한 라이브러리를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의 설명이다. 『이상한 도서관』, 『양사나이의 크리스마스』, 『해변의 카프카』, 『태엽감는 새 연대기』,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에 우물, 터널, 미로, 복도, 지하, 계단, 도서관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실을 떠올리면 의도가 이해된다. 라이브러리는 1층 현관과 지하1층 카페 ‘오렌지캣(橙子猫)’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소설 속 터널의 의미에 충실하자면 1층에서 내려가는 게 맞겠지만, 동선은 카페를 통하는 편이 낫다.
터널의 공식명칭은 ‘계단 책장(階段本棚)’. 주저앉아 양쪽 서가에서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 1층 갤러리에는 1979년 무라카미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최근 출간된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T』까지 일부 초판본을 제외한 소설과 에세이, 번역물까지 그의 모든 작품이 있다. 일본어를 몰라도 상관없다. 한국에서의 강력한 팬덤을 입증하듯 한국어판 20여권은 물론, 50개 언어로 된 번역본이 있다.
책 읽는 행위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눈에 띈다. 1970년대 중반 도쿄 센다가야에서 무라카미가 운영한 재즈 카페 ‘피터캣’에서 사용했다는 낡은 의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널브러져 책을 읽다가 꾸벅 졸아도 상관없을 것 같은 거대한 반원형 체어, 팬들이 애정 하는 ‘양사나이’ 일러스트와 마주한 의자까지. 내키는 대로 앉아 책을 펴면 된다. 그가 기증한 수 만장의 LP 일부가 전시된 오디오룸으로 책을 들고 가도 된다. 그가 즐겨 듣던 재즈 넘버를 들으며 그의 책을 읽는 건 설레는 일이다. 저명 평론가이자 무라카미의 오디오 조언자로 알려진 오노데라 코지가 음향 세팅을 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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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을 박제한 문학관이나 도서관의 관념을 뒤집고 싶었던 것 같다.
“라이브러리라고 해도 활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책과 레코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 가고 싶다. 어릴 적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으면 마냥 행복했지만, 이곳은 그냥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클래식 기타리스트 무라지 카오리의 공연이나 본인이 번역한 재즈뮤지션 스탄 게츠의 평전 낭독회가 열렸고, 그때마다 무라카미는 주조연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층 전시실에선 ‘쿠마 켄고전(展)’, ‘재즈와 문학’과 같은 기획전도 이어진다.
1960년대 후반 체제와 사회 모순에 저항하는 청년들의 몸부림은 프랑스,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정점을 찍었다. 『노르웨이의 숲』에도 등장하는 ‘전공투(全共闘)‘ 세대인 무라카미는 개관을 즈음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 ‘돌’을 던지기도 했지만, 조직 활동에 서툴러 데모에 깊숙하게 발을 담그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학 해체를 슬로건으로 내건 ‘전공투’가 점거했던 4호관을 무라카미가 라이브러리 건물로 점찍은 점도 흥미롭다. 건물 개축 비용 12억 엔을 기부한 야나이 타다시 유니클로 회장도 무라카미와 같은 와세다대 68학번이다. 옆 건물은 영화연극을 전공한 무라카미가 강의실은 안 가도 극본을 읽으려고 밥 먹듯 드나들었다는 연극박물관이다. 순례의 에필로그로 괜찮은 선택이다.
임일영(도쿄, 서울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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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를 보다 창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줄 『루이 비통 트래블 북』과 문학 작품을 한눈에 살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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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 회원을 위한 '소전초이스'의 첫 강연은 작가 김훈입니다. 13일, 김훈의 <글쓰기 연습> 예약이 오픈되었습니다. 지금 바로 예약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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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부터 『에세』 읽기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불문학자와 함께 6주간 화요일 저녁 ‘자기 탐구’로 실존적 여행을 떠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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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혜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아트 토크. 첫 강의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내년 4월까지 진행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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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북토크] 장정일, 한영인 『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가는군요』 9/23 📨
장정일 시인과 한영인 평론가를 모시고 '좋은 삶'에 대한 모색으로, 도서 출간 기념 북토크를 진행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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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마티네] 9/24 ~ 12/10 매주 토요일 🎹
12주간, 12명의 피아니스트가 매주 한 명씩 선보이는 피아노 리사이틀. 토요일 아침을 도서관에서 피아노 라이브 감상으로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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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도서 큐레이션 테마전시: 가을 <시간, 문학의 시간> : 9/27 ~ 11/27⏱️
'색채', '날씨'에 이어 소전서림의 세 번째 도서 큐레이션 테마전시 주제는 '시간'입니다. 문학 속 시간의 개념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시간을 인식하기 위한 문학, 예술적 흔적을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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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연계강연] 김상욱의 <문학의 시간, 물리의 시간> : 10/5 ⏳
소전서림의 <도서 큐레이션 테마전시:가을>의 주제인 '시간'에 대해, 김상욱 물리학자가 이야기하는 <문학과 물리의 시간>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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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북토크] 반역의 시간: 신종원 『습지 장례법』 10/6 🌿
소전서림 상주작가와 함께하는 북토크, 신종원 작가가 첫 장편소설 『습지 장례법』 북토크를 이소 평론가와 함께 진행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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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북토크] 이훤 시인의 『양눈잡이』 10/13 🔭
시인이자 사진가로 활동하는 이훤 작가가 텍스트와 사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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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돈키호테 북아트전: 용감한 결심으로 세상에 돌진하다
- 전시 기간: 2022. 4. 1. ~ 9. 18.
- 관람 시간: 화-토 11:00 - 21:00 / 일 11:00 - 18:00 / 월 휴관
- 티켓 가격: 7,000원 *현장 결제(예약 X)
- 문의 사항 02-542-0806 / info@sojeonfdn.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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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 2022. 09. 16 (금) 19:00-20:30
- 진행: 안영옥 교수(고려대 서어서문학과)
- 장소: 소전서림 예담
- 참가비: 7,000원(현장 결제, 전시 관람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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