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언제나 사이에 있습니다. 저자와 독자 사이, 출판사와 서점 사이, 서점지기와 손님 사이, 읽기 전과 읽기 시작한 사이, 책과 책 사이. 그러한 책을 다루는 장소이기에 ‘서점의 일’ 또한 사이에 있습니다. 친구에게 선물할 시집을 찾는 손님이 있다고 가정해 보지요. 저는 손님의 마음과 친구의 마음 사이의 일을 고심해 봅니다. 손님이 건네는 몇 마디 단서를 근거로 최대한 상상해 보는 거지요. 천 권도 넘는 시집 중 정확히 그 가운데에 놓여 가교의 역할을 해줄 것이 있겠지요. 자신을 위한 시집을 찾는 손님이 있다면 어제의 그와 내일의 그 사이에 놓일 시집을 찾아야 합니다. 때로 알아서 척척 자신을 위한 시집을 골라내는 손님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도 저는 사이에 있습니다. 그의 필요와 필요 사이 뜻밖의 발견이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하는 거지요. 제가 저의 ‘서점의 일’에서 기쁨과 슬픔을 얻는다면, 정확한 사이가 되었는가, 그러지 못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누군가 시집을 들고 서점을 떠난다면, 떠났던 그 누군가가 다시 시집을 찾아 서점에 돌아온다면 ‘중재자’로서 저는 충실했으니 기쁠 것이며 그 반대의 경우는 실패했으니 슬플 것입니다.

 선물이 되었는지는 차치하고 건넨 적이야 많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친구의 결혼식을 위한 시를 썼지요. 썼을 뿐 아니라 낭독도 해주었습니다. 사실 축복과 희망찬 예언은 시인의 언어가 아닙니다. 시인의 언어란 비좁은 골목에 찾아온 늦은 밤 같아서 캄캄하고 비틀거리며 그럼에도 인간 삶의 기운으로 가득한, 사소한 기척이라도 놓치지 않는 어떤 것, 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런 언어가 결혼식과 같은 화사한 장소에 어울릴 리 없지요. 하지만 시인이라는 권위를 활용해 누군가를 기쁘게,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실상 거의 유일한 방편이기 때문에 마지못해 승낙을 하곤 합니다. 그러고 나면 최선을 다해서 집필하는 편입니다. 이 시로, 그들을 울려보리라 하는 마음을 먹는 거지요. 이 짓궂은 목표는 비시적 행위를 한다는 자괴감으로부터 저를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만들어줍니다. 어느 쪽으로든 마음을 움직여보려는 노력이 되니까요. 물론 자주 할 일은 못되기 때문에 대개 거절을 하는 편이긴 합니다.

결혼 축시를 쓰는 것만큼이나 피하는 일이 ‘시 창작 강의’를 맡는 것입니다. 너무 바쁘기도 하거니와, 누군가의 앞에서 ‘시’에 대해 떠들 자격이 내게 있는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축시를 대할 때처럼, 어쩔 수 없이 맡게 되는 경우 역시 최선을 다합니다. 강의 기간 내내 학생들과 수업에 대한 생각뿐이지요. 그리하여 요즘 저는 다시 그 ‘시’라는 것에 대해 천착하고 있습니다. 대관절 그것이 무엇이기에 여전히 존재하는가,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안달복달하게 하는가. 실체가 분명하지 않기에 그것을 좇는 것만은 분명한데, 그것 이외에는 그저 오리무중이지요. 그런데도 아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을 그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요즘은 한 대학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하고 있는데 더 잘 전해주고 싶어서, 보다 분명하게 알려주고 싶어서 ‘시’만, 정말 ‘시’만 생각합니다. 적고 보니 시집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닌 듯합니다만.

연극 《스크루 테이프》

2023.04.29 ~ 6.10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 그의 또 다른 명작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생동감 넘치는 연극으로 재탄생합니다. 20세기 영국 소설가이자 학자인 C.S. 루이스는 인간의 본성과 유혹의 본질에 관한 탁월한 통찰로 관객을 순식간에 악마의 세계로 이끌어 갑니다.  

연극 《특급호텔》

2023.05.26 ~ 05.28 꿈의숲 아트센터 퍼포먼스홀

『특급호텔』은 미국 극작가 라본느 뮬러가 일본에 체류하다가 우연히 '위안부'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 뒤, 수년간 집필에 몰두한 작품입니다. 강렬한 메시지와 사실적이면서도 탁월한 묘사로 극찬 받은 작품을 연극으로 만나보세요.

서커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23.05.26 ~ 05.28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현대적인 예술의 경지로 표현한 가족 서커스로 오리지널 내한 공연입니다.

연극 《구의 증명》

2023.05.19 ~ 05.21 극장 PLOT

출판사 은행나무의 ‘시리즈 N°’으로 새 옷을 입은 최진영의 소설 『구의 증명』을 원작으로 한 연극입니다. 상실과 애도에 관한 한 편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무대 위에서 만나 보세요!

소전서림의 '읽는 인간' 세계로의 초대. 여름날의 <소전독서회 시즌𝟐>참가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 음악과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즐기고 싶은 분, 그리고 평소 모험과 토론을 즐기는 분은 꼭 참여해 보세요.

∘ 【김태형 출판사 <제철소> 대표】 <희곡 읽기, 인간 읽기>

∘ 【송승언 시인】 <두 시인, 두 시집 : 나란히 함께-읽기>

∘ 【이혁진 『사랑의 이해』의 원작자】 <소설가와 음악>

∘ 【이은선 영화 기자】 <영화의 또 다른 형태를 찾아서: 사유하고 기록하기>

∘ 【박혜진 평론가】 <서늘한 소설>
∘ 【황보유미 소전서림 관장】 <서치書癡*와 함께 읽는 고전> 
∘ 【블라인드 진행자】 <불편한 책들의 전당>

책을 함께 읽고 성장하는 독서모임, <내가 만드는 소전독서회>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내.만.소1> 소설로 만나는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배경의 장편소설 3편을 함께 읽고 역사와 사회, 그 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