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습기를 머금은 무더위가 지나고, 신선한 바람 한 자락에 기분이 좋아지는 가을날이 매일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파랗고 맑게 드높아진 하늘을 보면서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월간 소전서림> 13호도 산책하듯 즐겨주세요. 신청 열기가 뜨거웠던 소전독서회 새 시즌 독서회장의 서가와 요즘 같은 날 산책하며 읽기 좋은 책을 소개합니다. 프라하의 수도원 도서관 탐방기와 월간 칵테일까지, 슬렁슬렁 읽다가도 구미가 당기는 코너를 유심히 읽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 이번 달 이야기
[PEOPLE] 소전독서회 시즌 3, 독서회장의 미니인터뷰
[CURATOR'S DESK] 팀독서회,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 리뷰
[SPACE] 체코 프라하 클레멘티움 도서관
[월간 COCKTAIL] 바 투바이투(2x2)에서 소개하는 9월의 칵테일
[Literature ON STAGE] 현재 상영 중인 문학 작품들
[NEWS] 소전서림의 새로운 소식들
[EVENT] 12호 월간 모의고사 답안지 공개 |
|
|
매 시즌 소전독서회가 돌아올 때면 뉴스레터를 통해 '독서회장'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독서회장의 서재'를 보여달라고 졸라봤어요. 관심 있는 진행자가 있다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들의 서재를 엿볼 수 있는 기회! 서가의 한 단면이면 어때요. 누군가의 공간을 들여다본다는 건 묘한 설렘이 있지 않나요? 지금 바로 각양각색 매력 있는 독서회장들의 책장을 살펴보세요!
📚 책상 위 혹은 책장 등 당신의 책들이 서식하는 곳을 살짝 보여주세요!
💘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책과 그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주세요.
|
|
|
<이천 년의 책, 비블로스 혹은 마태오스가 전한 복음>의 김학철 교수
📚 글들 사이에 이미지가 있습니다. 말로 다 못하는 곳에 이미지가 피어나고, 이미지가 있는 곳에서 수다가 시작됩니다.
💘 미로슬라브 볼프 외, 『가치 있는 삶』
"가장 중요한 가치를 중심으로 삶을 꾸려 나가라. 우리 삶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우습게 느껴질 때까지, 위대함을 가장하는 사소함이 공허해 보일 때까지 가장 중요한 가치에 헌신하라"
|
<울다가 웃어볼까?>의 블라인드 진행자,
김영철 코미디언
📚 나의 작은 도서관. 좁고 작은 이 공간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하고 다짐하게 만든다! 하하하.
💘 리처드 H. 스미스, 『쌤통의 심리학』
링컨이 그랬듯, 남의 불행을 보고 고소해하기보다는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
|
|
<존 버거, 가장 다정한 이야기꾼>의
김현우 번역가
📚 책상에 앉아있다 고개를 돌리면 나의 '전작 작가들' 책이 보인다. 그래도 뭔가 쌓아온 것 같아 위로가 된다.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안톤 체호프 사할린 섬』
그들은 내게 물어보곤 하였다. "뭐 때문에 나리는 우리 모두를 기록하고 있습니까?"
|
<희곡 읽기, 시대 읽기>의
김태형 출판사 제철소 대표
📚 새 책장을 짜면서 참 많이도 버렸는데 왜 안 읽은 책은 자가 증식하듯 야금야금 늘어나는 걸까. 마치 저절로 생겨나는 교정지의 오탈자처럼.
💘 뤽 다르덴, 『인간의 일에 대하여』
“인간이 죽는다는 두려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한 번이라도 서로를 마주봤을까? 사랑이, 공감이 있기나 했을까?”
|
|
|
<시간을 견디는 소설 읽기>의 김화진 작가
📚 최근 읽는 책들로 자리 옆 책장을 채우면 기분이 좋다.
💘 임선우, 『초록은 어디에나』
"유미씨, 일기가 아니라 소설을 쓰고 있었구나."
|
<옆으로 대화하기 위한 예술>의 박보나 미술작가
📚 아직 남아서 버티고 있는 책들
💘 캐시 박 홍, 『마이너 필링스』
"부채 의식을 지닌 작가는 환심을 사려는 이야기를 할 확률이 높다. 나도 이 나라에 그야말로 빚을 졌지만 나는 오히려 항상 배은망덕할 것이다."
|
|
|
<서치와 함께 읽는 고전>의 황보유미 관장
📚 문자보다 내 영혼에 먼저 각인된 ‘음악’들의 서가는 가장 자주 머무는 곳이다.
💘 밀란 쿤데라, 『향수』
"체코어로 표현된 가장 감동적인 사랑의 문장은 '나는 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인데, 이는 '나는 너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견딜 수 없다.' 라는 뜻이다."
|
<소설 술술 : 독주(讀酒)회>의 이형규 바텐더
📚 저의 알코올 텍스트가 가득한 선반입니다.
💘 "좋은 술과 더 좋은 술이 있을 뿐, 나쁜 술은 없다."
한창 술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어디선가 읽은 문장. 아쉽게도 출처가 기억나진 않지만, 좋아하는 문장이랍니다.
|
|
|
8월 팀독서회에서는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를 읽었는데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이다가 한 해 동안 주변의 변화를 관찰해 그림과 글로 기록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하면,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자연물들이 불쑥불쑥 제 세계로 들어옵니다.
“박새는 참새보다 더 작은 새다. 한 줌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몸에 선명하게 나누어진 검은 넥타이 문양과 회색 깃털이 눈에 띈다. (...)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하루에 몇 마리씩 보이는 흔한 새인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 (나도 2년 전까지 몰랐고.)“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 중에서(41쪽)
이 책을 읽고 나서 검은 넥타이 문양이 있는 작은 새를 발견하고, 박새인 걸 알아봤답니다. 관찰은 아코디언처럼 주름져 있던 세상을 조금씩 펼쳐는 기술일지도 모르겠어요. 접혀져 보이지 않았던 부분까지 활짝 펼쳐져 제 모습을 드러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8월 휴가를 앞두고 도서를 선정한 만큼, 이번에는 여름방학 숙제로 관찰 일기를 직접 써보기로 했습니다. 일기 한 장에 그 사람의 관심사, 일상, 경험, 그림 실력까지 다양한 것들이 녹아있다고 느꼈어요. 여러분도 집 앞 산책을 나설 때 종이 한 장 챙겨 가보시면 어떨까요?
|
|
|
뮤즈의 거처를 찾아서
:프라하 스트라호프 수도원 도서관
지금 소전문화재단은 강원도에 <두내원>이라는 문학인 레지던스를 열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분투 중이다. 그 땅 곳곳에 문학 작가들을 비롯해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공원, 서점, 도서관, 스테이, 산책로 등을 배치하고 거기서 편안하게 새로운 숨을 내뿜는 상상을 한다.
8월 중순 여름 휴가 시즌 우리는 뜻밖에도 강원도가 아닌, 체코 프라하에 있었다. 장학생들을 위한 카프카 문학 기행이었다. 그때도 내부 깊숙이 자리잡은 무게중심은 강원도 두내원에 지어질 공간들이었다. 그중 특히 강원도 돌과 나무로 지을 도서관에 꽂혀 있었다. 우리는 소전서림을 운영하지만, 동시에 또 새롭게 만들고도 있으므로, 필요한 만큼 공부하면서 <도서관>에 대한 우리만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싶었다.
유럽 오래된 도서관에서도 힌트를 얻고 싶었다. 그 시대가 지녔던 세상과 지식과 인간과 종교와 건축에 대한 단단한 신념을 마주하면, 우리가 만드는 도서관의 의미를 더욱 두텁게 쌓아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었다. 그래서 찾은 곳은 프라하성 옆 페트르진 산 중턱의 스트라호프 수도원 도서관이었다. 바로크 양식을 따른 17세기 도서관. 다양한 중세의 필사본, 지도와 지구본, 바로크식 <신학의 방>,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고전주의 <철학의 방>이 인상적이라고 하는 곳. |
|
|
photo ©다니엘 최
유럽의 문명사에서 가장 빛나는 문예, 학예 부흥 시기인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막대한 부와 직위를 이용해 고대 그리스 문헌 필사본 수집에 나선 이탈리아의 추기경 하나가 있었다. 바실리오스 베사리온(1403~1472)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 낸 훌륭한 장서를 베네치아 공화국에 기증했다. 그러나 그의 사망 후 13여 년 동안 1천여 권 책은 상자에 밀봉되어 담겨 있었다. 적절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1530년대에 이르러서야 당시 베사리온 장서의 사서이자 추기경인 피에트로 벰보가 건축가 자코포 산소비노에게 맡겨 <마르차나 도서관>(1564)을 세웠다. 기증된 장서를 보관하기 위해 기획된 공간이며, 열람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초의 도서관이었다.
그 후 화재 · 수해에 책을 보호하기 위한 건축적 기능이 추가되고 신성한 권력을 부여하는 화려함을 더해 <도서관 건축>의 기술과 노하우는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 현재의 도서관과는 많이 다른 모양과 기능이지만, 그 과정과 변천을 우리는 알고 싶었다. 거기서 인간의 본질을 본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질문과 그 해결 과정이 고스란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 17세기 스트라호프 수도원의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신학의 방>의 화려한 천장이었다. 반 원통형의 석고 천장은 화재 예방 효과로, 석탄이나 나무로 난방하고 촛불을 조명으로 사용하던 도서관 건물에 점차 선택되어 갔다. 그 사이에 성경 잠언의 내용을 담은 프레스코화가 장식되었다. 방 중간에 성 요한의 조각이 서 있다. 그의 손에는 유럽의 수도사나 성직자, 귀족이 주로 들고 다녔다는 휴대용 책girdle book이 들려 있다. 늘 책을 가지고 다녀야 마음이 편안한 나 같은 책 애호가들의 눈길이 몰릴 수밖에. 표정 역시 비슷하다. 진리를 향한 순수한 불안감이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바퀴를 돌려도 선반이 같은 각도로 유지되는 <편집 바퀴compilation wheel>이다. 당시 필경사들이 작업을 할 때 쓰기 위해 만들어진 것. 그리고 도서관 내외부의 수많은 지구본들이었다. 그 이후에 간 모든 도서관에서 우리는 지구본을 봤다. 천문학의 발달과 연결을 지을 수 있겠는데, 역시 인간 지성의 보고로서의 상징을 위한 것이었을까. 당시의 도서관은 지구본과 천문학 장비를 전시하는 것을 권장했다고 한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지도 제작자 조안 블라우Joan Blaeu 가문 작업장의 작품들이었다. |
|
|
photo ©다니엘 최
이 아름다운 도서관 안에 들어가서 자세히 보려면, 몇 달 전부터 투어 신청을 해야 한다. 방의 습도 변동이 심해 천장의 프레스코화와 책 제본의 상태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15세기 종교 개혁 이후, 가톨릭의 권위 복원을 위해 유럽의 곳곳에 세워진 성당과 수도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화려하고 더 높고 더 웅장해졌다. 그런 건축술은 도서관에도 미쳤다. 여기에 체계적인 장서의 수집과 보관 기술은 물론 미술과 공예와 조각, 장식이 합쳐졌다. 이때부터 도서관은 단순한 실용적인 장소가 아니게 되었다. 여기서 수도사들은, 학자들은, 그리고 후대의 문학가들은 영감을 얻었고, 그 덕분에 인류의 종교와 철학과 인문학이 발전했다. 당시엔 분명 이 건물을 짓느라 일생을 바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한 건물을 위해 대를 이어 나간 건축가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도서관의 기획자, 디자이너, 건축가 및 기술자들의 마음에는 이런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이곳은 인간의 지성을 이어 주는 곳 이전에, 신의 거처이다. 그 신을 모시기 위해 나는 이 공간에 나의 생을 바친다.>
도서관을 짓는다고 하면서 이제껏 독자와 작품과 작가만을 생각했지만, 그 시대의 도서관 기획자들의 인생을 상상해 보며, 예술적 영감을 주관하는 <뮤즈가 사는 곳>이라는 겹을 하나 더 쌓아올리게 된다.
소전문화재단 김미정
🧭 https://www.strahovskyklaster.cz/ |
|
|
'페이퍼 로즈' from 『파워 오브 도그』
이 이야기는 삐뚤어진 사랑과 증오, 욕망과 불안이라는 재료를 잘 배합해 만든 한 잔의 칵테일과 같다. 세상에서 소외된 기분을 느끼는 '필'은 술김에 자신의 비밀을 저도 모르게 내뱉을까 봐 술을 증오한다. 그런 그와 '필' 때문에 불안에 휩싸여 술에 의지하는 '로즈'를 이형규 바텐더는 코냑 베이스의 칵테일로 풀어냈다. 코냑 Cognac은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한 화이트 와인을 증류하여 오크통에 넣고 최소 2년 이상 숙성시켜 블렌딩한 것인데, 참나무를 깎아 만든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덕분에 일반적인 브랜디(과실주를 베이스로 한 증류주)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풍부한 향미를 자랑한다. 플로럴, 아로마 내음이 가득해 가을과 잘 어울리는 칵테일을 작품 속 시대 배경과 어울리는 투박한 언더락 글라스에 담고, '필'과 '피터'를 연결해 준 매개체였던 가죽 밧줄을 둘러주었다. '피터'의 종이꽃과 함께.
🥃 칵테일 재료 : 코냑, 플라워 워터
🌹 맛, 특성 : 플로럴, 아로마 향이 풍부하고 묵직한 바디감의 조화
💳 가격 : 21,000원 |
|
|
『파우스트』 깊이 읽기
-일시: 9/15(금) 19:00
-장소: 소전서림 예담
-네이버 예약 / 현장 결제
-참가비 5,000원 (작은서점 도서교환권 증정)
|
《기획자의 도슨트ㅣ책을 지키는 예술, 예술제본》
-일정: 9/16(토) 17:00, 9/23(토) 18:00
-장소: 소전서림 북아트갤러리
-참가비 무료
-회원: 소전서림 앱 > 강연&공연 예약
-일반: 온라인 신청 마감, *당일 현장 신청 가능 |
|
|
작은서점 x M.D.LAB. PRESS 팝업 전시
『글리프』 문학에 대한 애정, 아카이빙이 되다
작은서점에서 매거진 팝업 전시를 진행합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모든 것을 담는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를 만나보세요.
-일정: 9/9(토) ~ 10/29(일)
-운영 시간: 화-토 오전 10시~오전 2시 (월요일 휴무)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니 편히 둘러보세요.
|
|
|
지난달 이벤트 “소전 모의고사” 정답을 공개합니다! |
|
|
소전서림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B1 대관 및 협업문의 info@sojeonfdn.org기타 문의 02-542-0804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