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소전서림> 14호에는 최근 소전서림 북아트갤러리에서 새롭게 오픈한 전시〈구보(仇甫)의 구보(九步)〉를 200% 즐기는 법을 시작으로, 김인혜 큐레이터가 전시와 연계하여 읽어보기 좋을 책을 소개합니다. (추후 깊이읽기 강연도 준비되어 있으니 눈여겨 봐주세요!) 늘 해외의 책 공간을 담아온 SPACE코너에는 처음으로 서울에 위치한 서점을 소개하니 읽어보시고 지도에 별표해 두셔도 좋겠습니다. 날씨가 매일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가을로 기울어지는 요즘 '이러다 곧 연말이야'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더욱 추워지기 전에 소전서림으로〈구보(仇甫)의 구보(九步)〉전시 보러 오세요. 완벽한 가을날 문학산책이 될 거예요.
🍁 이번 달 이야기
[PEOPLE] 경성의 모던 보이, 구보를 만나다
[CURATOR'S DESK] 김인혜 큐레이터의『살롱 드 경성』
[SPACE] 서울 연희동의 희곡가게, 인스크립트
[월간 COCKTAIL] 바 투바이투(2x2)에서 소개하는 10월의 칵테일
[Literature ON STAGE] 현재 상영 중인 문학 작품들
[NEWS] 소전서림의 새로운 소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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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경성의 모던 보이, 구보 월드로 입장!
박태원의 단편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이상의 삽화가 어우러진 문학과 미술이 만나는 전시 〈구보(仇甫)의 구보(九步)〉가 10월 13일부터 소전북아트갤러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에게는 가벼운 예습이, 이미 발빠르게 보신 분들에게는 즐거운 복습이 될 구보의 키워드를 준비해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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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의 산책 착장
오갑빠 머리를 하고 고도 근시 안경을 쓴 우리의 구보! 세상 구경의 필수품인 '단장'과 '공책'도 잊지 않고 챙긴다.
구보의 벗들
화가 구본웅, 시인이자 비평가인 김기림, '슬픈 동무' 이상 등 약속을 잡지 않고도 만날 수 있고, 못 만나도 내일 만나면 되는 쿨한 경성식 모던보이들의 우정
구보가 애정하는 음악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두 곡! 이탈리아 테너 티토 스키파가 부른 <Ay Ay Ay!>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미샤 엘만이 연주한 슈베르트의 <Valses Sentimentales>. 엘만은 1937년 내한하여 조선호텔에서 독주회를 갖기도 했을 정도로 조선의 인기 뮤지션이다.
구보와 카페
당대 최고 인기 배우인 김연실이 마담으로 있던 '낙랑파라'와 이상이 운영하던 '제비'는 구보의 단골 다방이다. 구보는 가배 한 잔을 앞에 두고 그윽한 담배 연기에 취한 채 벗을 그리워한다. (그는 '외설한' 맛을 지닌 가루삐스*는 질색이다.)
*'일본의 유산균 음료수 '칼피스'의 일본식 발음
구보의 옛사랑
구보는 경성을 걸으며 '그 여자'와 함께 떠나버린 행복을 생각한다. 히비야 공원 앞, 눈물에 젖어 걸어가던 그녀의 '뒷모양.' 박태원의 소설 「반년간」에 등장하는 식민지 청년 철수와 제국 소녀 스미에의 ‘연애'를 떠올려봐도 좋겠다.
구보와 동물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방 안을 돌아다니다 네 발을 쭉 뻗고 까무룩 쓰러진다. 구보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고 애정을 표현해주고 싶다. 강아지를 다정하게 부르지만 결국 마음을 내주지 않는 강아지에게 얼굴을 붉히며 토라지는 구보다.
구보의 3대 근심
- 건강 : ‘고보 3학년때부터 문학병에 걸려 신경쇠약을 앓은’ 구보는 시력도 나쁘고, 소리도 잘 안들리는 것 같다. 이곳 저곳이 아프다. 산책을 하며 병명과 약명을 읊는다.
- 취업 : 유학까지 다녀온 구보는 왜 취업을 하지 않을까? 어머니에겐 근심이오 우리에겐 궁금증이다.
- 문학 : 친구 이상과 만나 헤어지며, 구보는 내일부터 집에 있으리라. 창작을 하리라.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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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이 책은 2021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칼럼,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에서 게재된 원고를 수정, 보완하여 펴낸 것이다. 칼럼의 연재가 시작된 계기는 2021년 2월부터 약 4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렸던 전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개최하면서, 전시 내용을 신문에 소개해 달라는 의뢰에 따른 것이었다.
이 전시는 1900년대부터 1910년대에 출생하여 1930-40년대 청년기를 보낸 문학인과 예술인들, 그중에서도 특히 ‘경성’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들의 관계도를 그리는 작업이었다. 시공간적 범주를 그렇게 설정했기 때문에, 소설가 박태원은 매우 중요한 인물로, 전시 시작점에 등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1933년 다방 제비를 오픈했던 시인 이상의 절친이 박태원이었고, 이들은 함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신문에 게재하면서 박태원은 글을, 이상은 삽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문학적 교류는 물론이고, 이들은 함께 영화와 음악을 즐겼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이들은 동시대 유럽의 예술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여러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위적인 예술운동을 꿈꾸었다. 그리고 이들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화가와 삽화가들이 있었다. 구본웅, 정현웅, 길진섭, 김용준 등 지금까지도 대중적으로 그 이름이 낯선 화가들이 당시의 문학인들과 밀접하게 연대하며 시대의 사상을 이끌었다.
신문 연재가 길어지면서, 문학인과 미술인의 관계에 한정하지 않고,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많은 예술가를 한 사람씩 소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들은 식민지 국민으로 태어나 해방과 6.25 전쟁을 통과하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평생 화가의 길을 걸었던 시대의 증언자들이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오지호, 이인성, 이쾌대, 이대원, 박고석, 이성자 등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우리 예술가들의 삶과 생각을 ‘요점정리’하듯 핵심만 추렸다. 이 책이 한국 근대미술에 처음 관심을 가지고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인혜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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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희곡가게 인스크립트
희곡가게 인스크립트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에 특색있고 개성강한 가게들이 많은 연희동. 그곳의 어느 골목 어귀에 한 가게가 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서점 인스크립트입니다. 인스크립트는 연희동의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희곡가게입니다. 희곡 가게라는 말 그대로, 인스크립트에서는 희곡을 소개하고 판매합니다. 희곡 및 연극영화 서적을 전문으로 다루며 그에 더해 요리, 여행, 문학 등의 책들도 함께 소개합니다. 서점, 책방 그리고 가끔은 카페까지.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우지만 그래도 가장 색깔이 잘 드러나는 수식어는 ‘희곡가게’입니다. 가게라는 네이밍은, 생소할 수 있는 ‘희곡’이라는 장르의 책을 마치 아이스크림 가게나 선물 가게처럼 가볍고 쉽게 둘러보고 사갈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출발했습니다.
빨간색 그 서점
조용한 골목에 위치해 있지만, 빨간색 어닝 덕분에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인스크립트는 8평 남짓의 아담한 공간입니다. 안쪽의 붉은 젤리 타일이 돋보이는 벽을 따라 들어가면 빽빽하게 자리잡은 희곡 서적이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차례로 영화 서적, 각본집, 연출 및 연기 그리고 극작 관련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커다란 유리창 앞에는 기다란 나무 테이블이 있고 이곳에서 필터 커피나 음료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중앙의 매대에는 매월 선정하는 추천도서와 신간을 만나 볼 수 있고 그를 둘러싼 반대쪽 책장에는 요리와 여행 책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곳곳에 시집과 에세이, 소설 등의 문학 책들이 숨어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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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희곡일까?
희곡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점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곳입니다. 대형 서점을 비롯한 여러 서점에 희곡 책이 있기는 하지만 희곡이 차지하고 있는 분량은 아주 작고 귀엽지요. 두 명의 운영자 모두 배우로, 오프라인에서 희곡을 찾기 위해서는 서점을 샅샅이 뒤져야만 했던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희곡을 “우리가 한데 모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어떤 그림이 될지 쉽사리 예상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의미있는 시도가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문고본으로서의 희곡과 시나리오를 모아놓는다면 관련 분야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의 팬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거라 기대했습니다. 오래도록 창작자・생산자로 활동하다 보면 다른 모든 작품들이 미워지는 시기가 오기도 합니다. 만들고 표현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속하다보면 작품을 향유하는 사람으로서의 기쁨을 쉽게 잊게되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정말 좋은 작품은 내가 관객임을, 독자임을 잊지 않게 해줍니다. 아, 이 작품의 주인은 나지. 내가 독자로서, 관객으로서 마음에 꼭꼭 저장해둔 작품은 아무도 못 앗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낭독서 모임
인스크립트에서는 ‘낭독서 모임’이라는 서점 자체 기획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낭독과 독서를 합쳐 ‘낭독서 모임’이 되었습니다. 이 모임은 ’애매한 모임’이 되기를 지향합니다. ‘낭독하고 연기하는 모임이야, 독서모임이야?’ 물어왔을 때 쉽사리 답할 수 없는 그런 성격의 모임이지요. 독서 모임처럼 풍부하게 이야기를 나누되, 꼭 소리내어 입으로 읽는 낭독 시간을 가집니다. 그리고 한 가지 고수하고 있는 규칙이 있다면 하나의 텍스트를 최소 2회 이상 낭독해보는 것입니다. 역할 구분 유무에 따라 읽기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읽더라도 일정 기간의 여유를 둔 후에 다시 낭독해보는 텍스트는 또 다르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런 지점들을 놓치지 않고 연기적인 접근과 함께 독서모임을 가지는 것이 낭독서모임의 큰 특징입니다. 말이 되려고 태어난 글들을 부지런히 소리내어 읽고, 그 글에 대한 말들을 또 나누는 것. 인스크립트는 점점 더 말이 많은 서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말과 글이 머무르는 곳
인스크립트에서는 매월 추천 도서를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희곡과 시나리오를 포함한 도서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함께 소리내어 읽으며, 낭독을 위한 공간을 제안해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공연 리뷰 모임, 작은 낭독 공연, 희곡 쓰기 클래스, 모임을 위한 대관 등의 프로그램 역시 서서히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 작은 서점이 광장같은 소굴이 되기를 바라며 연희동 귀퉁이에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겠습니다. 무대를 아끼는 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될 수 있도록, 무대 곁 작업자들이 독자 및 관객으로서의 원초적인 기쁨을 되찾고 누릴 수 있도록, 무대 바깥의 사람들이 문고본으로서의 희곡과 대본을 즐길 수 있도록.
박세인 대표
인스크립트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 49-1 1층
월화수 휴무 / 목금토일 12~19:00
instagram @inscriptboo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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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vard Munch, The Absinthe Drinkers, 1890
'압생티아나' from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압생트'하면 '반 고흐'가 떠오른다. 19세기에 유행한 이 술은 값이 저렴해서 당시 가난한 작가나 화가들이 많이 찾는 술이었다. 고흐 외에도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드거 앨런 포와 같은 예술가들이 즐겨마셨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압생트가 보헤미안을 상징하는 술이라며 찬양했다고 하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어울리는 술은 단연코 압생트이지 않을까?
압생트는 프랑스어로 Absinthe, 영어로 Green fairy로 표기하며, 특유의 연둣빛으로 '녹색 요정' 혹은 '녹색의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다. 팔각형 모양의 향신료 아니스(anise)와 회향(fennel), 향쑥(wormwood) 등의 허브계 약초를 혼합하고 침출시켜 녹빛을 띈다.
압생트는 45~80도로 도수가 매우 높고, 독특하고 강렬한 향이 호불호가 심하기 때문에 바 투바이투의 이형규 바텐더는 독주회의 페어링 알코올로 압생트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 아니라, 순수한 압생트를 올바르게 마시는 경험을 안내한다. 바로 '압생티아나(Absinthiana)'라는 특수한 음용법인데, 전용 잔과 스푼 위로 각설탕을 올리고 압생트 디스펜서를 활용하여 얼음물을 조금씩 떨어뜨려 녹은 설탕을 배합하여 마시는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희석된 압생트는 맑고 투명했던 연두색에서 불투명하고 오묘한 에메랄드빛으로 변한다. 이 신비로운 알코올이 입술 끝에 닿는 순간, 어쩌면 당신은 이렇게 외칠지도 모른다.
"난 당장이라도 이 술 한 잔에 영혼을 팔 수 있어"
🍸 칵테일 재료 : 압생트, 각설탕, 얼음물
🌿 맛, 특성 : 강렬한 멘톨, 쌉싸름한 허브향, 진하게 달콤한 마무리
💳 가격 : 21,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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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연재 90주년 기념 전시
〈구보(仇甫)의 구보(九步)〉
2023.10.13 – 2024.1.28
-관람 시간 : 화-토 𝟏𝟎-𝟐𝟎:𝟎𝟎 / 일 𝟏𝟎-𝟏𝟖:𝟎𝟎 / 매주 월 휴관
-입장권 : 5,000원 (소전서림 회원 무료)
-온라인 예매 / 현장 결제
-문의 사항 : 02-542-0806
전시 연계 강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구인회
2023.11.9 목요일 19:30
- 진행: 방민호 교수
- 장소: 소전서림 예담
- 참가비: 10,000원
- 신청방법: 소전서림 앱 (10/26일 예매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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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서림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B1 대관 및 협업문의 info@sojeonfdn.org기타 문의 02-54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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