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를 약 2주가량 남겨둔 시점에 네 번째 <월간 소전서림>을 띄웁니다. 뉴스레터를 기획하던 가을 초입에 이미 12월엔 ‘올해의 책'이야기를 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말마다 ‘올해의 ㅇㅇ'을 꼽아보고,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좋아해요. 그래서 크고 작은 서점들이 소개하는 ‘올해의 책' 리스트를 궁금한 마음으로 확인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청룡영화제 최우수작품상보다 ‘작가, 출판사,서점인이 꼽은 올해의 책'이 더 궁금하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을 해보며(적어도 저는 그렇답니다) 네 번째 레터에 담긴 이야기 빠르게 알려드릴게요.
이번 호 PEOPLE 코너의 주인공은 바로 ‘소전서림'입니다. 2022년 11월, 출판사 마티에서 출간된 『도서관은 살아있다』 를 읽고서, 도서관을 의인화하여 인터뷰해볼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어요. 격월로 연재하던 BOOK by L/A 코너는 이번 호부터 동시 연재합니다. CURATOR’S DESK에서는 소전 식구들이 고른 2022 올해의 책을 소개하며, NOW BOOKS와 SPACE는 한달 쉬어갑니다. 내년 1월, 도서관 사서들이 읽고 있는 책 소식으로 돌아올게요!
올해 마지막 <월간 소전서림> 즐겁게 읽어주시고, 우리는 내년에 만나요! <월간 소전서림>을 구독해 주시는 421명의 구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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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전서림엔 어떤 사람들이 주로 방문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용객이나 에피소드도 궁금해.
독서와 개인 작업 등 기본적으로 도서관을 자기만의 방으로서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예담에서 예술 도록만 쌓아두고 살펴보시는 분, 피아노 연주회에 매번 참여하시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분은 눈을 감고 연주를 들으시던 모습이 인상 깊었어), 매일매일 방문하시는 아름다운 은발의 여성(읽던 책에 예쁜 책갈피를 꽂아두고 가시기도 해)가 생각나네. 도서관 데이트를 즐기는 예쁜 커플들도 참 보기 좋았고. 음, 올해 추석 연휴 때 방문한 많은 분들이 모두 책에 몰두하던 모습도 정말 인상적이었어.
2. 공간이 참 좋다는 칭찬을 많이 듣잖아, 그중에서도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도서관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특별히 알려주고 싶은 곳은 두 군데가 있는데, 우선 ‘청담'을 소개할게. 원래는 상주작가 전용 공간이라서 오픈되지 않았는데, 자체적인 북클럽을 운영해 보고 싶은 회원들을 위해 오픈하게 되었어. 회원 간의 북클럽을 만들고 진행하고 싶다면, 소전서림 앱 ➜ 소전소식➜ ‘회원 전용 북클럽 안내’ 공지글을 확인해 봐. 두 번째는 구스 체어인데, 예술작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리딩체어’야. 도서관의 마스코트(물론 당당히 책 읽으러 거위에 올라타는 분들도 환영을!) 역할을 하길 바랐는데, 손대면 안 되는 작품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네 번째 사진은 11월에 방문하신 김지승 작가님이야. 이렇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도 있어.
3. 어떤 분위기의 소전서림을 가장 좋아해?
연주회가 열리는 날을 좋아해.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조용한 공간이잖아? 그래서인지 공연하는 날은 분위기가 대조적이라 더 좋게 느껴지는 것 같아.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피아노 라이브 연주를 더한 ‘시끄럽고 웅장한 도서관’이 궁금하다면, 올해의 마지막 행사, 박재홍 피아니스트의 <소전탐미생활:피아노>를 놓치지 말 것!
4. 도서관에서 미스테리한 일들이 일어나지는 않아?
미스테리한 일은 매일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해. 제자리에 꽂혀있지 않고 다른 코너에 숨어든 미아 도서들을 자주 발견하니까.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코너에 놓인 모습을 보면 꼭 책에 발이 달려서, 자신이 있고 싶은 위치로 몸을 숨긴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어. 그래서 사서들은 매일 아침 오픈 전 미아 도서를 수색하지. 책들이 도망가지 않도록, 방문객들도 열람이 끝난 도서는 꼭 북카트에 올려주면 좋을 것 같아.
5. 2023 계묘년, 소전서림에 방문할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좋은 책과 행사로 도서관을 즐겁게 채우기 위해 소전서림 구성원들이 많은 노력을 해. 도서관은 책을 읽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있어야 완성되는 공간이니, 새해에도 ‘당신이 자라는 책의 숲’, 소전서림을 더 자주 찾는다면 난 너무 행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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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걸리는 시간은 책의 분량에 비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소설책 한 권보다 양적으로 더 적은 시를 읽는 데에 번번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곤 한다. 그래서 시집을 새로 사면 ‘얼른 다 읽어서 좋은 시를 찾겠다’는 마음과 달리 채 몇 편 읽지도 못하고 울렁거리는 정신의 멀미증에 책을 덮게 된다. 읽다 말고 접혀진 시집들이 집 안에 널려 있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그런데 왜 매번 이 시집들은 단순 ‘독파’가 힘든 걸까. 신형철 평론가의 4년 만의 신작이 지난 10월 출간됐다. 『몰락의 에티카』, 『느낌의 공동체』, 『정확한 사랑의 실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 이은 다섯 번째 책이다. 『인생의 역사』는 ‘시화(詩話)’집으로 시에 대한 평론가의 생각, 글이 담긴 2016년에 신문에 연재했던 글 모음집이다. 신형철 평론가의 글은 그도 고백하고 있듯 문학에 대한 사랑이 근간이나, 그 고백을 풀어낸 글을 읽는 것은 시 읽기처럼 속도를 낼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텍스트의 텍스트이기도 하고, 필자의 오랜 시간의 사색이 만들어냈을 단어의 깊이, 단어들 간의 계곡이 우리에겐 많은 호흡, 그 호흡으로 그 깊이를 감당할 시간, 그 깊이로 인한 어지럼증을 내 안에 가라앉힐 사유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애하는 작가임에도 필자는 아직 신형철의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인생의 역사』에서 평론가가 시를 안내하는 방법은 시인이 만들어 놓은 계곡과 계곡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안내자의 다리는 최종 도착지를 향한 직선이 아니다. 왜 그런 계곡이 만들어졌을까, 시인처럼 그 계곡에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기도 하지만 거기서 자신이 만든 길로 시인이 갔던 여정을 보족(補足) 하기도 한다. 그 길에 독자들이 지녀야 할 덕목이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고 단호히 얘기하면서 말이다.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필자가 고백하듯 겨울, 이 계절에 우리가 스스로에게서 반추한 ‘사유’와 ‘언어’는 시에 다름 아닐 것이라 믿는다. 문장과 문장, 다시 단어와 단어 사이로 낸 길에 바람이 들고, 바람이 든 자리에서 우리는 사유하며, 다시 단어 하나를 토해내는 것이 우리 인생의 ‘육성’일 것이다. 그 ‘육성’이 안내하는 쓸쓸하기도, 슬프기도 그러나 가끔 환희에 차기도 할 여정의 안내자로 『인생의 역사』를 여러분 곁에 두시길 바란다. Mme L.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베르톨트 브레히트(『인생의 역사』 18쪽 재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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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NOW :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상상
『Christo and Jeanne-Claude: Projects 1963–2020』
Ingrid & Thomas Jochheim Collection, KERBER (2020)
『L'Arc de Triomphe, Wrapped』 Christo and Jeanne-Claude, TASCHEN (2021)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9월 18일. 파리의 중심부인 개선문에서는 드라마틱한 예술작품의 설치가 진행되고 있었다. 파리의 가장 상징적인 기념물 중 하나인 개선문을 25,000제곱미터의 은빛의 푸른 리사이클 재활용 직물과 3,000미터에 달하는 붉은 로프로 꼭대기부터 매듭을 지어 싸는 설치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이다. 누가 이렇게 엄청난 프로젝트를 구현시켰을까? 1935년 6월 13일. 서로 다른 두 도시에서 이후 인생의 반려자이자, 예술의 동반자가 될 두 아티스트가 동시에 태어난다. 한 명은 불가리아 가브로보에서, 다른 한 명은 프랑스령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났는데 이들이 이후 자연경관을 하나의 캔버스처럼 사용하는 ‘대지예술(Land Art)’의 대가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 크리스토&잔 클로드(Christo&Jeanne Claude)이다.
크리스토&잔의 주요 프로젝트는 빌딩을 싸는 프로젝트였다. 《퐁뇌프 프로젝트》(1985), 《독일 국회의사당 건물 포장 프로젝트》(1995)와 같은 역사적, 상징적 건축물을 천으로 감싸는 프로젝트 및 《런던 템스강 마스타바(mastaba, 사다리꼴 무덤) 설치》(2018년) 등의 프로젝트는 설치 때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작품들이다. 크리스토는 파리에서 잔을 만난 지 3년 후인 1961년, 개선문 근처 작은방을 임대하면서 이 유적물에 매료돼 처음으로 개선문을 포장할 계획을 세운다. 그 후 60년이 지난 2021년, 그 프로젝트는 마침내 예술가의 사후에 실현된다. 이 거대한 설치작품은 준비 기간도 오래 걸렸지만, 단지 예술가의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각 분야(문화재 전문가, 공학자, 천 작업자, 소방관, 설치 전문가 등)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실현될 수 있었다. 이 세기의 프로젝트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슬프지만!! 소전서림의 ART NOW에서 소개하고 있는 2권의 도록을 통해 ‘상상을 현실로’ 이루었던 아티스트들의 상상의 지도를 통해 작품의 감동을 멀리서나마 재현해 볼 수 있다. 도쿄의 미드타운 21_21 디자인 사이트에서는 이 설치과정의 아카이브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니 도쿄 여행 계획이 있다면 꼭 들러보시길 추천한다(23년 2월 12일까지!).
👌 소전서림 예담 아트나우에서 Christo and Jeanne-Claude 도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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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아름다움은, 언제나 차 안에 있어.' 누구나 ‘아름다움’을 찾는 동시에 이곳에 없을 거라고 믿지만, 이 책은 확실히 이곳에 있다고 믿는다. '항연'에 대한 미시마 유키오식 해석. WI.K 『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2014
담담하지만 다정한 문체에 위로받았고, 따듯하고 소박한 이 책의 분위기가 참 좋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토리 자매의 편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SB.C
나약한 인물이 아름다운 이유는 포기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는 데에 있다. 나는 이 작가의 이름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NK.L
『세상의 주인』, 로버트 휴 벤슨, 메이븐, 2020
장르 개척이라는 타이틀 보다 선지적 예언서다운 작품. 구구절절한 묘사 없이 독자의 상상만으로 충분한 공포를 일으킬 만한 주인공. 디스토피아 소설다운 결말이지만 진부함을 찾기 힘들다. SH.K
특별하고 보편적인 인물, 섬세하게 표현해낸 문장, 짜임새 있는 구성과 극적인 결말. 여운이 남는 소설.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보다 더 풍부하고 훌륭한 텍스트로서, 소설의 맛을 가득 느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JS.P
『솔라리스』, 스타니스와프 렘, 민음사, 2022(1961)
절대 고독의 우주와 맞닿은 인간 내부의 가장 깊은 우물. YH.K
죽음을 생각하니 삶이 생각나는 아이러니. 숨 쉴 틈 없이 빼곡한 문장 같아도 쉼표와 마침표가 적절하게 들어가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다른 이들이 이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다. KH.K『에세이스트의 책상』, 배수아, 문학동네, 2021(2003)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화자는 글쓰기로 과거의 시간과 기억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번역한다. 지난해를 돌아보면서, 그 시간과 결실을 어떻게 미래의 나에게 번역해서 내놓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DY.K
『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어문학사, 2016(1922)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최고봉 두 가지 ‘에베레스트산’과 ‘율리시스’ 중 오른 사람이 더 적은 지적 최고봉에 오른 것으로 충분한 2022년. YM.HB
한정된 공간인 <도서관>에 대한 상상의 물꼬를 터 준 작품. 배경인 캘리포니아 도서관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남자와, 특별한 여자. 그들의 수술까지 이어지는, 기이하게도 경쾌한 이야기. MJ.K
인간, 휴머노이드, 존재와 시간, 마음 등 곳곳으로 생각을 펼쳐내는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읽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책. 영화 <애프터 양>과의 페어링을 꼭 추천한다. YN.L
조예은 작가의 신작을 기다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내용과 잘 어울리는 예쁜 표지도 인상적이었다. H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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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북아트전: 완전한 인간의 탄생] (2022.10.1-2023.3.19)
- 관람 시간: 화-토 11-21:00 / 일 11-18:00 / 월 휴관
- 티켓 가격: 7,000원 *현장 결제 (예약 X)
- 문의 사항: 02-542-0806
- 주차: 5천원/시, 초과 1천원/10분
[율리시스 깊이 읽기]
- 12/23 (금) 4강〈세속성과 희극성〉
- 진행 시간 : 19:30 ~ 21:00
- 참가비 : 전시 관람 포함 회당 7,000원 / 20명
- 사전 예약 :〈성함 / 연락처 / 인원 / 참석 날짜〉를 @sojeonbag 𝐃𝐌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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