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장이 들어있을까?
운세가 적힌 종이쪽지가 든 과자, 포춘쿠키는 늘 기대를 갖게 하죠.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견하게 되는 행운의 글귀처럼 우리는 책을 읽다가도 시선이 멈추는 문장을 만나기도 합니다. 표현이 아름다워서, 마음을 울려서, 너무 공감이 돼서 등등의 이유로 말이에요. 여러분은 포춘쿠키 속 행운의 글귀처럼 믿고 따라가고 싶은 문장이 있나요?
월간 소전서림 5호에서는 토끼해를 맞이하는 책과 행운의 문장을 소개합니다. CURATOR'S DESK에서 확인해 주세요. PEOPLE 코너에서는 현재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사랑의 이해』의 원작자 이혁진 작가님을 모시고, 근황을 들어봅니다. SPACE 코너에서는 뉴욕 브루클린의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는 문학 시민 커뮤니티 ‘더센터포픽션(The Center for Fiction)’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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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해』 가 인기리에 방영(JTBC)되고 있죠, 내 소설을 드라마로 보는 기분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요즘 드라마를 보면서 더 많이 배우고 있어요. 소설에서 잘 살리고 싶었으나 어려웠던 부분들이 드라마화되면서 잘 살아나고, 부각되는 것들을 보는 게 큰 학습이 돼요. 제가 쓰고자 했던 내용들을 잘 표현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누운 배』를 읽으면서도 느낀건데 혹시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실은 『사랑의 이해』 집필 이후 짧게 경험해 봤어요. PD와 함께 제작해 보려고 했던 적이 있지만, 저는 방송작가보단 소설가가 저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드라마 원고 작업과 소설 집필은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거든요. 저는 저만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른 완결성에 큰 의미를 두기 때문에 미리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짜놓고 글을 쓰는 편이에요. 이야기를 이어가는 감을 가지고 매일 연재하는 글을 쓰는 게 어렵기도 하고요.
작가님 작품은 '리얼리즘 소설'로 많이 평가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험을 그대로 옮기는 게 곧 ‘리얼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로 제가 조선소를 겪어봤기 때문에 『누운 배』를 쓸 수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오로지 경험만으로 쓸 수 있었던 건 아니거든요. 생생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실적인 배경을 택하는 것이고, 그 배경이 제 경험 안에 있으니까 최대한 가져오죠. 그렇게 채집한 것들이 보편적인가? 오래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될 때 비로소 글로 옮길 수 있어요. 근본적으로는 '이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회 부조리’와 ‘로맨스’ 이후 작품의 장르는?
(웃으며) 치정극에 가까운 연애물입니다. 올해 출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어요.
2022년은 소전서림 상주작가 활동, 신작 집필로 바쁘셨을텐데요. 새해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금 쓰고 있는 책을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는 거죠. 개인적으로 소설은 이래야지, 하고 느끼면서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건 어디까지나 소전문화재단의 지원을 충분히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앞날이 불안정하면 집중하기 어렵잖아요. 현재는 상주작가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오로지 집필에 몰두할 수 있어요. 지금으로서는 새로운 소설 출간이 유일한 목표예요. 『사랑의 이해』 드라마에 덜 신경 쓸 수 있고요. (웃음)
아무래도 더 집중할 수 있는 게 있으니까요?
그렇죠. 『사랑의 이해』에 제 앞날이 달려있다 생각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드라마 방영 이후로 원작 소설이 재주목을 받고,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계시잖아요. 제 책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판매지수를 볼 때면 너무 신기하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피드백을 받게 돼요. 결론적으로 그 모든 것에서 배우고 있어요.
사전 질문 중, ‘좋아하는 시인은 누구인지, 최근 흥미롭게 본 콘텐츠(책, 영화, 드라마 등)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어요.
예전에는 릴케의 시를 좋아했고, 최근엔 넷플릭스에서 <피파 언커버드>를 재밌게 봤어요.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개최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FIFA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거든요. 제 책 『누운 배』를 읽어보셨다면 비슷한 감상을 느낄 수도 있겠어요. 어느 조직에서나 위계가 생기고 폐쇄적일수록 부패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을 보게 돼요. 어떤 시인을 좋아하냐는 답이 좀 어려웠던 이유이기도 한데, 저는 사회 현상과 경험을 글에 녹이고 있기에 감수성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문장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요. 제가 세상을 얼마나 이해하고, 이걸 글로 어떻게 잘 옮겨내느냐가 관심사고,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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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힘을 믿는 문학 시민의 최종 목적지, ‘더센터포픽션’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더센터포픽션(The Center for Fiction, 이하’TCF’)은 뉴욕시의 문학적 삶과 국가 전체의 문화 지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821년 뉴욕상업도서관(The Mercantile Library of New York)으로 시작한 TCF는 예술 및 문화 강연에서부터 최초의 공공도서관이 세워지기 수십 년 전 이미 도서 주문 및 배송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문학 기관의 모습을 개척해 왔다. 상업무역에 종사하는 젊은세대들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교육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문학, 문화 및 지적 담론의 축제로 성장했다.
본래 창립자들이 ‘공상과 상상의 산물’로 일축했던 픽션에 대한 늘어나는 수요는 무시할 수 없었고, 조직의 사명은 스토리텔링 예술을 예고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소설을 읽고 출판하는 일에 대한 관심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2005년 상업도서관이 TCF로 변모했을 당시, *국립예술기금의 미국독서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절반 미만이 소설 또는 모든 종류의 짧은 이야기들을 읽고 있었다. 그 해 미국에서 출판된 책 중 13%만이 픽션이었다.
지난 17년 동안 픽션계는 엄청난 발전을 해왔지만 업계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픽션을 예술로 옹호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기에 TCF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TCF는 2019년에 브루클린 문화지구 중심부에 독자와 작가들을 위한 18,000평방피트의 시설을 건축했다. 1층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세심히 선별된 책장이 펼쳐진 아름다운 서점, 카페&바, 그리고 동시대의 가장 뜨거운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예술로서, 동시에 사회를 들여다보는 렌즈로서의 픽션을 논하는 스토리텔러들을 위해 만들어진 이벤트 공간이 있다. 또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사교 행사도 주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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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과 지하에는 1800년대부터 최근 신간까지의 소설이 포함된 7만 권의 회원 전용 라이브러리가 있다. TCF 의 회원이 되면 책을 대여할 수 있고, 평화로운 2층 멤버라운지와 열람실 및 테라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공간은 읽고, 쓰고, 사교할 수 있는 조용하면서도, 편안한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다. 더 전문적 접근이 필요한 작가들을 위해, 작가 전용 스튜디오 및 2층에는 일년 내내 TCF 의 작문 워크샵 및 읽기 그룹을 위한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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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자원들과 함께 TCF 는 아웃리치 프로그램 운영 및 시상을 통해 모든 연령대의 독자와 작가를 지원한다. 키즈리드(KidsRead)/키즈라이트(KidsWrite)는 매년 수천 명의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몰입형 문학 경험을 제공해 아이들과 작가를 연결하고, 학생과 학교 도서관에 무료로 책을 제공하고 있다. ‘신예작가펠로우쉽’을 통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업계 전문가와의 연결은 물론 집필공간 제공, 워크숍, 공개 읽기 및 연례 선집 출판을 통해 경력 초기의 작가 9명을 양성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17명의 펠로우쉽 출신 작가들이 TCF 에서 집필한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또한 TCF 는 ‘첫 노벨상’. ‘우수편집자 메달’, ‘평생우수픽션상’, ‘스크린상’과 같은 권위 있는 상을 통해 업계에서 뛰어난 인물들의 공로를 기리고 있다.
유일하게 픽션에만 집중하는 비영리 단체인 TCF는 모든 형태의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는 문학 시민 커뮤니티를 육성하며, 멋진 서점들로 가득한 도시에서 책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몰입형 경험을 위한 최종 목적지다.
Celest Kaufman(TCF 마케팅&대외협력 매니저)
*번역 : 황보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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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토끼』, 정보라, 아작, 2017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라는 이유로 토끼 모양으로 제작된 전등에서 시작되는 저주 이야기.
『리틀 아이즈』, 사만타 슈웨블린, 창비, 2021
sns 팔로워가 동물 인형 로봇의 모습으로 내 곁을 머물며 소통하는 삶을 상상해 보라.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관계 맺기의 본질을 서늘하고 섬뜩한 상상으로 통찰한 소설.
『달려라, 토끼』, 존 업다이크, 문학동네, 2011(1960)
존 업다이크가 10년 단위로 발표하는 토끼 연작 소설. '래빗'은 소설의 주인공 해리 앵스트롬의 별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수지, 비룡소, 2015
국제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첫 그림책. 흰토끼와 앨리스의 세계를 그림, 공예, 거울, 사진 등으로 표현해낸 독특하고 창의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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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시』, 아주라 다고스티노, 오후의 소묘, 2020
어딘가를 바라보는 토끼의 옆얼굴과 쫑긋 세워진 귀, 통통하고 둥그스름한 뒤태와 작은 꼬리. 따스한 색감의 표지를 가득 채운 토끼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신이 토끼였을 때』, 세라 윈먼, 문학동네, 2016(2011)
“토끼가 신이 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지” 흔들리지 않는 유대감으로 이어진 남매 엘리와 조의 비밀과 희망을 담은 성장소설.
『검정 토끼』, 오세나, 달그림, 2020
검정 토끼라는 상징을 통해 찬란한 지구의 아픔을 표현한 은유적 메시지가 담긴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림책.
『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다산책방, 2021
노란 표지엔 홀로 창가에 앉아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피자를 먹는 토끼의 뒷모습이 담겨있다. 혼자만의 행복한 고립인 걸까, 불완전함을 홀로 껴안은 자의 외로운 고립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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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은 내 인생 책 중 하나기도 하지만 여기에 발췌한 문장은 시공디스커버리 총서의 『고래의 삶과 죽음』에 등장한 짧은 번역본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 문장이 담긴 페이지를 찢어 다이어리 한 켠에 넣고 다니다 삶의 신비로움이 필요할 때면 이 종이를 꺼내 펼쳐 보았다. 내게 세계의 비밀은 이런 것이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작은 한 점의 고래 머리 같은 것, '절대로' 같은 단단한 껍질 속에 감추어진 말랑하고 따뜻한 살 덩어리 같은 것. 이 문장을 바라볼 때마다 결국 나는 이 세상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Y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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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버거울 때마다 저 말을 떠올린다. 나도 스스로 명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나의 기운을 빼앗는 어렵고 괴로운 일들이 생기겠지만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명랑함을 잃었다면 다시 채우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박완서의 말』은 작가의 작품 세계와 개인적 경험들이 담긴 무척 따스한 책이다. 자신만의 호흡을 지닌 어른의 말은 얼마나 귀한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삶을 보듬어 주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 N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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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디렉터는 자신의 새 책 『문장과 순간』에서 불테르의 문장 "부조리한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일상의 작은 의무들을 수행하는 삶의 중요성"을 인용하며 '일상이 성사'라고 말한다.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상태로 그 일들을 행하는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싶다. Y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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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이 겨울이라니. 벌써 몇해나 겪어왔는데도 어쩐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심삼일이 다섯번쯤 무너졌을 시점에 나에게 선명하게 다가오는 위로의 말. 겨울에도 경작하면/봄처럼 재배할 수 있다. 이 말을 앞에 두고 마음 속 밭을 田 모양으로 네 등분 해본다. 일단 독서에 한 칸, 운동에 한 칸… 올해의 작은 목표는 잘 기록하기이다. 나를 스쳐가는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꾹꾹 다져서 마음 속 밭을 잘 경작해보려고 한다. 그 첫번째 기록으로 시 필사를 다시 해보려고 하는데, 나처럼 시 필사를 하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에밀리 디킨슨 시집을 추천하고 싶다. H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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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서림]
📖 [전시] 도서 큐레이션 테마전시: 겨울 <겨울, 詩> 12.6 ~ 2023. 2.26
🍵 [전시연계강연] 겨울차회茶會 1.28 (토) 11시, 15시 18시
[소전문화재단 북아트갤러리]
🌠 [율리시스 북아트전: 완전한 인간의 탄생] (2022.10.1-2023.3.19)
- 관람 시간: 화-토 11-21:00 / 일 11-18:00 / 월 휴관
- 티켓 가격: 7,000원 *현장 결제 (예약 X)
- 문의 사항: 02-542-0806
- 주차: 5천원/시, 초과 1천원/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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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움 보다는 점점 발전해 가는 모습이 보여서 더욱 응원드리고 싶습니다. 소전서림 내 북 큐레이션도 매번 더 좋은?모습으로 바뀌는것 같아 좋습니다!
💗 아쉬운 건 뉴스레터가 월간이라는 사실.. 더 자주 만나고 싶어요
🌻 계속 발전되고 있기에 아쉽지는 않아요.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소전서림의 책 소개가 더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 소전 패밀리가 직접 고른 책 부분이 좋아서, 더 추천 내용이 길었으면 좋겠어요.
🌈 현재까지는 글의 가독성도 좋고, 다양한 주제를 적당한 길이의 글로 다루어주셔서 즐겁게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세계의 다양한 도서관 또는 서점, 책방에 대한 소개 및 그 장소가 지닌 유니크함 등에 대한 글을 읽고 싶습니다. 월간 소전서림, 항상 응원해요. 양질의 글을 읽을 수 있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소전서림에서 진행한 강연, 행사등의 후기나 기록이 있다면 앞으로 참여하는데 참고가 될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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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서림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B1 대관 및 협업문의 info@sojeonfdn.org기타 문의 02-54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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