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Valentine)’은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시켜준 죄로 순교한 사제의 이름이죠. 이후 이날을 축일로 정하고, 해마다 연인들의 날로 기념해 초콜릿으로 마음을 대신 전해왔는데요.
소전서림은 뉴스레터를 통해 🍫초콜릿 대신 '당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 줄 책'을 소개합니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매월 15일 발행되는 레터를 하루 앞서 보내요.
14일 오전, 레터를 읽고 궁금해진 책을 연인에게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이번 달 이야기 [BOOK by L] L이 소개하는 사랑의 시집 [BOOK by A] A가 소개하는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의 작품 [CURATOR'S DESK] 설렘과 떨림을 경험하게 해 준 문학작품 [SPACE] 대만 성품서점&Weight Books [Literature ON STAGE] 지금 무대 위의 문학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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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화 인용문 : 「마음 살해자의 미래」 중, 신용목 2. 『( 사랑)에 대답하는 시』, 강혜빈 외, 아침달
“사랑은 어떤 모양인가요?”
육체의 물리적 크기가 크는 것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나 마음이란 것의 비물리적 속성은 그 끝을 알 수가 없고, 일방향의 속성으로 인해 한쪽으로만 커져, 종국엔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다 균형을 잃을 땐 터져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기대가 클수록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의 고통도 커지는 법이고,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은 당신과 내가 깊이 연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숨김없이 드러낸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랑이란 결국 좌절되고 실패하는 것 아닌가. 내게 사랑한다는 말은 결국 깊은 고통을 겪으리라는 뜻과 다름없었다. 그러니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좀처럼 하지 못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사랑이 좌절되어도 좌절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말할 수 없다. 사랑한다 말하면 고통 받을 테니까.“ ¹
『( 사랑)에 대답하는 시』 ² 에 담긴 15가지의 사랑의 모양들은 모두 내가 망설였던, 그러나 결국 지나왔던, 그러면서 아프기도 했던 우리의 사랑의 모습들에 다름 아니다. 이 ‘사랑집’에 담긴 15명의 시인들의 사랑은 ‘시’의 형태로 육체를 드러내고, ‘산문’으로 마음을 드러낸다. 그 모양들 하나하나는 내가 잠시라도 머물렀던 그 집들을 떠올리게 한다. 찬란하기도, 아파서 죽고 싶기도, 그러나 이제는 아무런 물결도 일지 않는 잔잔한 수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우린 너무 많은 사랑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시작할 것이란 것도 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마음이 커져서 멸망할 것”이라는 시인의 예언은 적중한 셈이다.
이 세계의 멸망 전, 이 한 권의 시집을 읽기를 권해드린다.
¹ 「사랑 때문에 죽을 수는 없어서」, 황인찬
² 『( 사랑)에 대답하는 시』, 강혜빈, 구현우, 김선오, 김승일, 목정원, 송승언, 신용목, 안희연, 양안다, 이규리, 이제니, 이혜미, 임유영, 최지은, 황인찬, (아침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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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ntitled" (Perfect Lovers), 1991 2. Correspondence 3. 『Felix Gonzalez-Torres』, Julie Ault, Steidl, 2016
<무제(Perfect Lovers)>¹
틱 탁 틱 탁². 두 개의 동그란 벽시계가 초침까지 정확히 일치하며 움직인다. 무한한 시간과는 달리 시계는 언젠가 멈출 테고, 싫든 좋든 죽음과 함께 사랑도 끝나겠지. 하지만 우리는 "시계를 두려워하지 말자". 건전지를 갈고 다시 두 시계를 맞추는 순간, 시계의 시간은 새롭게 시작되고, 두 완벽한 연인은 새롭게 시작된 시간을 산다. 언제인지 모를 우연의 순간, 하나의 시계가 심장 박동처럼 빠르거나 느려지며, 그러다 멈출 때까지, 필멸의 존재인 우리는 두 연인의 다정한 시선으로,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함께 바라보며 서로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We are synchronized, now and forever.
I love you."
¹ 미국의 개념미술가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elix Gonzalez-Torres)가 에이즈로 먼저 세상을 떠난 연인 로스 레이콕(Ross Laycock)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
² Tic-Tac
- (시계의) 재깍재깍
- 심장의 고동
따옴표의 글들은 작가가 연인 로스에게 보낸 1988년의 편지에서 발췌했다. 소전서림에서 소장 중인 그의 도록에는 작가의 작품 사진 및 인터뷰, 편지 등이 수록되어 있다. 뉴욕의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David Zwirner)에서 2월 25일까지 그의 신작 2점이 포함된 개인전이 열리고 있으니 뉴욕에 갈 행운이 있으신 분들은 꼭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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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의 백합』, 오노레 드 발자크, 을유문화사, 2008 ❤︎❤︎❤︎❤︎
사랑을 몰라도 사랑을 알 수 있는, 낭만적이고 비극적인 이야기 SB
『당신』, 박범신, 문학동네, 2015 ❤︎❤︎❤︎❤︎❤︎
촌스러운 색안경을 벗고 읽다 보면, 이타와 이기가 서로 자리를 맞바꿔 앉는 순간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기대하던 모습이 아닐지라도. SH
『백의 그림자』, 황정은, 창비, 2022(2010) ❤︎❤︎❤︎❤︎
감추는 힘은 더 노골화된 세상에서 은교씨와 무재씨를 종종 떠올린다. 나에게는 여전한 한국 소설 최고의 사랑 노래. GR
『사랑을 위한 되풀이』, 황인찬, 창비, 2019 ❤︎❤︎❤︎❤︎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좋은 것(사랑)이 이 시에 담겨 영영 이 시로부터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YM
『사랑의 이해』, 이혁진, 민음사, 2019 ❤︎❤︎❤︎
사람은 솔직하지 못한 모습일 때 가장 못나 보인다. 네 남녀가 얽히고설켜있듯 사랑은 이해할 수 없는 것. 그러나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게'해야 하는 것. KH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하마노 지히로, 연립서가, 2022 ❤︎❤︎❤︎❤︎
인간성의 경계를 더듬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탐구. 우리는 서로 동등한 때에만 사랑할 수 있다. HS
『아름다움의 선』, 앨런 홀링허스트, 창비, 2018 ❤︎❤︎❤︎❤︎
"윗도리를 벗어던지는 것" NK
『열쇠』, 다니자키 준이치로, 민음사, 2018 ❤︎❤︎❤︎
교묘하고 아슬아슬하다. 이토록 징그러운 사랑. YN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7 ❤︎❤︎❤︎❤︎
사랑하면서 겪을 수 있는 감정을 철학적 관점과 통찰력으로 풀어낸 책. SA
『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작가정신, 2016 ❤︎❤︎❤︎❤︎
슬픔이 없는 사랑을 들어본 적이 없다. Y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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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서점
나는 책을 읽는 데에도 적합한 시간대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눈부신 햇살이 빛나고 길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분주한 소리에 세상이 잔뜩 궁금해지는 낮보다는 하루가 마무리 되어가며 모든 것이 차분하게 내려앉는 저녁. 이 고요한 시간이 일상을 떠나서 한곳에 머물러 있는 활자에 집중하기에 완벽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적인 조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책을 읽을 수 있다는 핑계일 수도 있겠다. 한편으로는 독서를 위하여 스스로의 시간과 공간을 갖추지 못한 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책을 읽는 공간에 대한 동경이 나를 더 많은 책의 장소로 이끈다. 퇴근 후 늦은 시간, 관대한 누군가가 나도 책을 읽을 수 있을 환경을 만들어 주었기를 바라면서.
저녁 독서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은 타이베이를 여행하며 찾을 수 있었다. 대만은 대표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 나라로 성인 평균 독서량이 한 달에 1-2권이며, 아시아에서 출판 산업이 가장 활발한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한다. 성품서점은 대만의 책문화를 이끈 대표 서점이다. 1999년 세계 최초로 24시간 운영하는 서점으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 현재 타이베이 신의점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지점으로 건물 전면에 ‘24 HOURS’의 네온이 환하게 빛을 내며 늦은 밤에도 부담 없이 방문객들을 이끌고 있었다. 건물은 서점과 편집숍이 혼재된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3층이 서점으로 운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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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점의 철학과 가치관은 이곳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할애한 분야로 확인할 수 있다. 3층은 인문, 사회 과학 도서를 위주로 진열되어 있는데 건축, 예술 서적 코너는 그야말로 방대했다. 유럽 대형 미술관의 아트북 코너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았다. 미술, 사진, 패션, 영화 등 수많은 예술 서적을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모든 서적이 미리 읽어 볼 수 있도록 샘플을 함께 진열해 두었는데, 상업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이 서점의 철학에 존경심이 들었다. 성품서점은 인문, 예술 서점으로 시작하였기에 좀 더 애정 어리고 방대한 예술 섹션이 구성될 수 있었다고 한다. 모든 이에게 예술을 나누는 여유로움과 독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이곳에 가득했다.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책을 읽고 또 책을 구매하기 위해 계산대 앞에 줄을 길게 서 있었다. 밤늦게 책을 찾고 읽는 사람들을 보면서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공간에서 함께 존재하며 이를 향유하는 데에 동지애와 뭉클함을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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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ight Books의 내부 모습
2 로컬 브랜드와 협력하여 제작된 메뉴판
3 음료 메뉴와 간단한 다식을 주문할 수 있다.
타이베이에는 많은 독립서점이 있다. 내가 방문하고 싶었던 곳은 Weight Books라는 서점으로 이곳 역시 저녁 10시까지 운영하는 서점이다. 2022년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가 오픈하여 정기적인 큐레이션을 통해 디자인 분야 서적을 위주로 진열한다. 따뜻한 느낌의 원목과 함께 아날로그 감성을 강조한 기존 서점 인테리어와 달리 이곳은 은박지와 같은 차가운 메탈 소재로 둘러싸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우주 캡슐에 들어가는 것처럼 일상에서 멀어져 여행을 떠나게 되는 듯한 비범하고 대담한 디자인의 공간이다.
서점 한쪽에서는 간단한 간식과 함께 커피와 차, 사케, 맥주를 판매하는데, 로컬 브랜드와의 협력한 메뉴로 특별히 구성되어 있다. 마시는 행위, 읽는 행위가 합쳐지며 서점 주인의 의도에 따라 이용객들은 이곳에서 감각적 경험의 확장을 이룬다. 분명 평소와 같이 집에서처럼 편하게 무언가를 먹고 마시며 책을 읽지만 우주 캡슐과 같은 비일상적인 디자인의 공간인 점에서 오는 오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카페의 메뉴판이 자리할 만한 카운터 뒤편에 거대한 가판대와 함께 6권의 책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다. 메뉴판 형식의 설명을 읽고 책을 고르면, 직원이 주문한 음료와 함께 책을 내어 주는 식이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북유럽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 중이었는데 이에 맞추어 북유럽 문화에 관련되어 큐레이션 된 서적을 읽을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속삭이는 대화소리만 들리는 저녁의 서점에서 따듯한 우롱차 혹은 사케를 마시며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쿨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잠도 오지 않는 밤, 타이베이 도심 한가운데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갈 수 있는 밤의 서점이 가득하다.
송도현 큐레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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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 『단순한 열정』을 영화로 만나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에 대한 유쾌한 상상을 연극으로 만나다.
세종솔로이스츠와 조이스 디도나토의
2023.3.16(목) 19:30 예술의전당
2019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워의 소설 『The Overstory』가 던진 환경 문제에 대한 예술적 고찰을 담아낸 작품
👉 소전서림에 비치된 씨앗카드를 받아가세요!
2023.2.14 ~ 2.19 창작플랫폼 경험과 상상
김애란 소설집 『비행운』 수록작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를 연극으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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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서림] (각 행사/이벤트 내용은 게시물에서 확인하세요!)
[전시] 도서 큐레이션 테마전시: 겨울 <겨울, 詩> (2022.12.6 ~ 2023.2.26)
[북클럽] 소전독서회 오픈 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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